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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여행

아름다운 시골마을 간이역 - 화본역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가면 조그마한 간이역이 있다. 

일제 시대인 1930년대에 만들어져 수 많은 사람들의 드나들었던 중앙선의 한 역사이다. 예전엔 증기기관차가 다녔지만 지금은 디젤엔진을 단 무궁화호만 운행을 한다. 여느 시골역사와는 다르게 역은 작지만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까지 디테일에 신경을 쓴 역사는 아마도 없지 않을까. 

화본역을 소개한 페이지를 보면 "중앙선의 역으로 1936년 12월 10일 역사를 준공했고 1938년 2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중기 기관차에 물을 공급해주던 급수탑과 역사 건물이 일제시대의 건축모양 그대로 남아 있어 1930년대 일본식 건축양식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옛 시절의 소박하고 정감있는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화본역은 철도매니아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불리운다.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그 시절에는 물론 지금 처럼 자동차가 대중화 되기 전에는  매월 2일과 7일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영천장을 가기위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시골의 사람들이 줄어즐면서 지금은 관광객을 맞는 역할이 더 큰 듯 하다. 상행 2번 하행 2번, 하루에 4번의 기차만 정차를 하는 간이역으로 남아 기차역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청량리에서 8:10분에 기차를 타면 12:47분에 도착 한다. 하지만 서울행 열차는 화본에서는 10:23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당일 왕복기차 여행은 어렵다. 그러므로 서울에서 가고자 한다면 주변에서 1박을 하여야만 한다. 이외에도 하행선은 영주에서 출발하여 영천까지 가는 기차도 한편 있다. 상하행 각 한편이 있는 정말 한적한 간이역이다. 역무원 두 분이 근무한다고 해도 도무지 수지가 맞을 것 같지 않은 역이다. 이외에도 경북관광 순환 테마 열차가 운행되는 정도이다.



일제시대 때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이 거창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내부 공간은 비어있어서 직접 둘러 볼 수도 있다. 나도 옛날 역사마다 보이는 저 탑의 용도가 무엇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시대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아픈 역사(history)의 잔상일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한적한 시골마을에 풍광을 더하고 있을 뿐이다.



아담한 역사 주변에는 조경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벤치와 보도블록이 나름 정감있게 배치되어 있다. 우리나라 어디에나 있는 그런 저렴한 배치나 디자인은 아닌 듯 하다. 아마도 예전에 만들어질 때 기본이 탄탄했기에 가능했으리라. 가을이면 노란색 단풍으로 뒤덮힌다면 한층 더 정취가 풍겨날 것 같다.



역사 옆에는 새마을호가 정차해 있다. 더 이상은 달리지 않지만 여전히 손님을 맞는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어디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머물기 위해서 들른다. 이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뭔가 다른 느낌이 난다. 간이역을 찾는 사람들은 대도시 역에서 볼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겨난다. 말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느껴진다.



간이역에 갈 때는 마음을 내려놓고 간다. 기차안에 있는 카페에서 찐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줄기차게 앞만보고 달려온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다. "간이역에서 쉬어간다"라는 표현을 직접 체험해 본다.


철길을 넘어서면 바로 논으로 연결된다. 정동진이 바로 바다가 보인다면 이 역사는 바로 논을 넘어서 마을로 연결된다. 아마도 수 많은 농촌 학생들이 이 길을 넘나들면서 학교를 다녔을 것이다. 대학다닐 때 기차로 통학을 했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한순간에 도시와 농촌을 바꾸어주는 신기한 교통수단을 매일 같이 이용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가끔 'STOP' 신호를 만나면 간이역으로 떠나 보고 싶어진다.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여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간이역은 있다. 


커피 한잔을 하면서 여유롭게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쫘~악 뻗은 저 철길처럼 우리의 앞길이 탁트이는 날도 올 것이다. 화본역, 가을이 오면 다시 한번 찾고 싶어지는 그런 간이역이다.



참고 : 화본역의 열차시각표 (변경되었을 수도 있으니 확인 바람)

≪상 ※ 2011년 12월 1일 기

부전역 07:10 출발 → 화본역 10:23  청량리역 15:03 도착

동대구역 16:20 출발 → 화본역 17:23  강릉역 22:45 도착

동대구역 14:57 출발  화본역 15:57  동대구역 21:10 도착

 

≪하행

강릉역 06:00 출발 → 화본역 11:26 → 동대구역 12:39 도착

청량리역 08:15 출발 → 화본역 12:48 → 부전역 16:13 도착

동대구역 08:34 출발 → 화본역 13:34 → 동대구역 14:36 도착